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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2018.09.02 01:14

연중 22주일 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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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음식을 먹을 때에 손을 씻지 않습니까?’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들먹이며 못마땅해 한다.

   유다인들은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어야 했다.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으면 율법을 어긴 것으로 간주하였다. 하늘이 내려준 음식을 그냥 먹어선 안 된다는 의미가 이렇게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 관습을 조상들의 전통이라 하여 완벽하게 지키려 하였다.

   서양인들이 오늘날과 같은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한 것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불과 2,300년 밖에 되지 않았다. 18세기 초 영국과 독일에서 오늘날과 같은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면 그 전에는 무엇으로 식사를 했겠는가? 손으로 했다. 종교적으로 신()이 내린 몸이 아닌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다인들에게도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단순한 위생 행위를 넘어 종교 행위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꾸짖으신다. 손만 열심히 씻으면 뭐 하느냐? 중요한 것은 마음을 씻는 일이 아니냐? 유다인들은 떨떠름했을 것이다. 예수님은 구약의 예언서를 인용하시어 당신 말씀을 뒷받침하신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여도 마음은 멀리 떠나있구나. 그것은 하느님을 헛되이 예배하는 것이다

 

 

마음 다스리기

   불교에서 내려오는 말에 소는 물을 먹어서 젖을 만들어내고 뱀은 물을 먹어서 독을 만든다고 한다. 같은 물인데 소는 이로운 젖을 만들어내고 뱀은 해로운 독을 만들어낸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는 불교의 가르침처럼 마음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마음에서 모든 번뇌가 나오고, 마음에서 모든 번뇌가 사라질 수 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선한 사람도 되고, 악한 사람도 되며, 행복한 인생도 되고, 불행한 인생도 된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이란 것이 그렇게 잘 다스려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마음을 평화롭고 선하게 갖고 살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가르침이 있다. “자기를 해치려는 대상이 하늘 가득 있다 해도 그것을 다 없앨 수는 없지만 화내는 자기마음 하나만 없앨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을 없애는 것과 같다. 내가 걷는 땅이 모두 가시로 덮였다 해서 땅 위를 모두 가죽으로 덮자면 세상의 가죽이 남아 날 수 있겠는가? 내가 신는 신발 밑창 하나만 가죽이면 대지를 모두 가죽으로 덮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과 겸손한 기도가 필요한 일이다.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다. 이웃집 아들이 훔쳐간 듯 했다. 이웃집 아들이 평소보다 빨리 걸었고, 말하는 것도 빨랐다. 모든 동작과 행동들이 슬쩍해 간사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골짜기를 지나가다가 잃었던 도끼를 찾았다. 나무를 자르다가 바위 밑에 숨겨두었던 기억이 난 것이다. 다음 날 아침에 의심했던 이웃집 아들을 만났다. 그의 동작과 태도가 전혀 도끼를 훔친 사람 같지 않았다. 그의 걸음걸이도 그랬고, 그의 말과 행동도 훔쳐갈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똑 같은 사람이 착한 사람으로도 보이고 나쁜 사람으로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기 자신의 마음상태에 따른 결과다. 좋은 생각은 마음을 밝게 하지만 나쁜 생각은 판단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내가 불행한 생각을 하면 모든 사람이 불행해 보인다. 내가 행복한 생각을 하면 모든 세상이 행복해 보인다.

 

 

위선-겉과 속이 다름 노인과 보청기

   한 노인이 몇 년 간 귀가 안 들려 고생하다가 의사를 찾았다. 의사는 귓속에 쏙 들어가는 신형 보청기를 주며 사용해 보고 한 달 후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한 달이 지나고 노인이 의사를 찾아왔다. “어떠세요?” “아주 잘 들립니다.” “축하합니다. 가족들도 좋아하시죠?” “우리 자식들에겐 이야기 안 했지요.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며 그냥 대화 내용을 듣고 있어요. 그리고 그 동안 유언장을 세 번 고쳤다우.”

   할아버지가 유언장을 세 번이나 고친 이유가 무엇일까? 겉 다르고 속 다른 가족들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우리도 종종 이러한 겉과 속이 다른 위선의 가면을 쓰고 사는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그럴싸한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온갖 더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겉과 속이 같은가? 다른가?

 

 

교만과 위선의 외투를 벗어라

   단테의 신곡지옥 편을 보면, 단테가 지옥의 여섯 번째 구덩이를 지나갈 때 화려한 황금외투를 입은 사람들을 보는 장면이 있다. 그들의 옷은 눈부실 만큼 아름답고 화사해 보였다. 그러나 단테는 그들이 입은 황금 외투가 모든 사람의 눈을 속이는 착시 현상에 지나지 않음을 곧 깨닫게 된다. 실제로 그들이 입었던 옷은 무거운 납덩어리 외투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습을 궁금한 눈으로 바라보는 단테에게 베르길리우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들은 이 세상에 있을 때, 자기 자랑허영으로 욕심을 채운 자들입니다. 늘 스스로 선한 척, 경건한 척, 위선을 떨며 자신들을 과대 포장한 자들입니다. 그들은 위선교만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황금대신 납덩어리로 된 외투를 입고 거친 숨을 내뿜고 있는 것입니다.”

   단테가 지옥에서 봤던 납덩어리 외투를 입은 사람들, 곧 오늘날 교회 공동체 안에도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사람들이 입혀주는 황금 외투가 하느님 앞에서 납덩어리 외투가 될 수 있음을 모르고 사는 불행한 그리스도인들, 그들의 마음속에 쓰레기처럼 산적되어 있는 허영, 오만, 탐욕 같은 것들을 깨끗이 쓸어버린 후, 그 빈자리에 겸손과 진실 그리고 섬김이라는 위대한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행복한 위선자

   막스 비어의 소설 행복한 위선자에 보면 주인공 로드 조지 헬이라는 악인이 등장한다. 그는 누가 보아도 무서워할 정도로 험상궂고, 성격까지 무척이나 난폭했다.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했고, 그래서 그를 길에서 마주치는 것까지 꺼려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아름답고 순결한 미어리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헬은 그녀에게 결혼을 청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헬은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기의 난폭하고 험상궂은 얼굴로 미어리에게 청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인자하게 보이는 가면을 쓰고서 청혼을 한다. 미어리는 그가 헬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 거룩하고 인자한 모습에 반해서 청혼을 받아들이게 된다.

   헬은 가면을 쓴 채 살아간다. 혹 가면이라도 벗겨질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미어리에게 최선을 다한다. 사랑으로 감싸주고 이해하고, 미어리가 실의에 빠지면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더 이상 잘할 수 없는 남편이었다. 하루는 헬이 자신의 친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 친구는 헬의 감추어진 비밀을 남김없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초대받은 그 친구는 두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이제 사랑이 무르익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 바에 얼굴이 무슨 흉이 되겠는가?” 라고 생각하며 헬의 가면을 벗겨 버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면 속의 얼굴은 이전의 헬이 아니었다. 가면 안의 얼굴은 가면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헬은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면서 얼굴까지 선한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감추고 싶은 추한 모습들이 있다. 하지만 날마다 열심히 노력하면 그 모습이 바뀔 수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 손을 씻고 화장을 고치며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마음을 씻는 일에는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가?

하느님은 가면 뒤를 보시는 분이니 그분께 갔을 때, 내가 그분 앞에서 쓰고 싶었던 가면, 내가 그분께 보이고 싶었던 가면과 내 마음이 하나가 되어 막스 비어의 소설 주인공 로드 헬처럼 행복한 위선자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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