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이다. 일반적으로 교회는 모든 성인의 축일을 탄생한 날이 아니라 돌아가신 날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돌아가신 날이 천상에서 다시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례자 요한은 지상에서의 탄생 날을 축일로 기념한다. 이렇게 탄생일을 대축일로 지내는 분은 예수님과 성모님, 세례자 요한 세 분밖에 없다. 이 축일만 봐서도 교회 안에서 세례자 요한에 대한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세례자 요한의 삶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겸손’이다.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인기가 올라가면 부화뇌동하듯이 주변의 상황에 휩쓸려 자기가 뭐라도 된 듯이 경거망동하기 쉬운 것이 우리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대중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고 “당신이 구세주가 아니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자기는 “그 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구세주이신 예수님이 얼마나 큰 분인지를 미리 준비시키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자기를 향하는 모든 시선을 단호하게 예수님께로 향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세례자 요한을 보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루카7,28) 세례자 요한은 참으로 하느님께 충실했던 사람이다. 세례자 요한은 고백한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3,30)
요한의 탄생은 수천 년 동안 약속되었던 하느님의 자비가 이 세상에 실현되었다는 징표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우리가 하느님과 만남의 인연을 맺은 것도 수천 년 전부터 이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처럼 끊이지 않는 하느님의 보살핌과 안배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하느님 없이는 이해와 설명이 될 수 없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성 요한 세례자의 탄생은 또한 우리와 하느님의 만남과 인연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놀라운 안배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