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지른다는 건 낡고 해묵은 것을 태우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며, 더 아름다운 소출을 얻기 위한 작업이다. 옛 질서를 엎고 새 질서를 세우기 위한 준비…. 어쩌면 우리 마음에도 이런 불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리스도의 빛이라면서 세상을 불태우기는 고사하고, 신앙의 도수마저 식어버린 우리의 믿음…. “차라리 네가 차든지, 아니면 뜨겁든지 하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는 주님의 말씀을 새겨들어야 한다. 하여, 믿음의 불덩이를 끌어안고, 세상을 향해 몸을 던져야 한다. 자기만족과 안일을 버리고, 희생과 사랑으로 불을 놓을 때, 세상은 우리로써 더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더 맑은 세상의 그날까지, 우리의 불은 끊임없이 타올라야 하겠다. 세상에다 불을 놓으려면 자신의 불부터 지펴야 한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