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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노을 posted Oct 23, 2018 Views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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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 지방 사람들은 의복을 길게 늘어뜨려 입었기 때문에 일하는데 방해가 되므로 일할 때는 허리에 띠를 띠어 옷을 걷어 올렸다. 등잔은 배 모양의 접시에다 면으로 심지를 만들어 담았는데 그 심지는 언제나 깔끔히 손질되어 있어야 불을 켤 수 있었다. 이런 처지에서 주인이 집에 돌아올 때에 허리에 띠를 띠고 등을 준비해 두었다가 주인에게 즉시 문을 열어주고 불을 밝히는 하인처럼 주님을 만날 준비를 항상 하고 있으라고 하신다.

   준비와 기다림. 이 둘은 형제지간 쯤 된다. 준비는 미리 마련하여 갖추는 것이고, 기다림은 오거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을 미리 마련하여 잘 갖추고 있으면서 무엇이 오거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 안성맞춤이다.

 

   북아메리카 대륙에만 사는 어떤 소나무는 몇 십 년을 씨앗의 형태로 땅속에 있다가 산불이 나면 그 열을 받아 종자의 껍질이 벌어지면서 발아가 된다고 한다. 산불이 나서 토양은 비옥해지고 경쟁이 될 만한 다른 식물들이 없는 땅의 주인이 되고자 기약 없이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생각하는 죽음의 땅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그 소나무의 기다림은 정말 상상이 안 된다.

   또 참나무 중에는 땅 위에서는 분명 나무로 크고 있는데, 땅속에는 굵은 뿌리의 형태로 살아 있는 경우가 있다. 참나무의 전생치수(前生稚樹)라고 한단다.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싹이 터도 크게 자랄 수 없는 조건이라면 위로 자랄 것을 포기하고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뿌리에 살아 있던 눈에서 이듬해 다시 싹을 올리고 다시 실패하고, 다시 싹을 올리고 다시 포기하고, 이를 몇 십 번 반복한 결과다.

   땅속에서 얼마만큼의 세월을 견뎌내야 그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큰 그늘을 만들며 빛나게 살아가는 걸까? 당장 결과를 보지 않으면 이내 지쳐버려 그늘을 드리우지 못하는 우리의 조급함에 경종을 울리는 참나무 얘기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