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2주간 목요일

by 붉은노을 posted Sep 05, 2018 Views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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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드로는 조상 대대로 겐네사렛 호수를 떠나지 않고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했다. 때로는 만선(滿船-배에 고기가 가득함)이 되어 올 때도 있었고 제대로 고기를 잡지 못하고 허탕 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오늘처럼 고기 한 마리 구경 못한 적은 없었다. 나자렛 출신의 예수라는 양반이 우리 동네를 찾았고 소문 듣던 대로 그분의 명성을 듣고 군중이 모여들고 있었다. 왜 하필이면 이런 날에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했단 말인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기회를 놓쳤다. 보란 듯이 기분 좋게 모여든 군중에게 잡은 고기를 값싸게 팔수도 있었다. 그물을 손질하면서 귀 동냥해 보니 역시 예수라는 양반이 하시는 말이 남다르다. 자기 동네 랍비들이나 바리사이들과 달리 훨씬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고 마음에도 와 닿는다.

   그런데 이 양반이 오늘 이야기 도중에 자기에게 그물을 깊은 곳으로 던지란다, 고기잡이 베테랑인 자신에게. 기분이 좀 상하지만 그분 명성에 먹칠 할 수 없어 시키는 대로 한 번 던졌다. 기적이 일어났다. 두려웠다. 자신의 알량한 능력(고기잡이)이 그분 앞에서 초라해 진다.

 

   시몬이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고 하였다. 동료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시몬 베드로가 그것을 보고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하였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사실 베드로도,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자기들이 잡은 그 많은 고기를 보고 몹시 놀랐던 것이다.

 

   만약에 두려워하던 베드로의 말처럼 예수님이 그냥 떠나버렸다면 베드로는 역사의 한 인물이 될 수 없었다. 베드로는 오늘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사람 낚는 어부로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사람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 그런 또 다른 예수님(Alter Christus)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