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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0 22:22

어버이날 효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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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해
  
   살면서 몇 번쯤 언제부터 진짜 어른이 되었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나라로부터 주민등록증이라는 공인서를 받았을 때였던 것 같기도 하고, 학교를 완전히 떠나올 때 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배우자를 만나 하느님 앞에 혼인서약을 했을 때는 바로 그 때부터 어른이 되었다고 당차게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간절한 기다림 끝에 얻은 두 아이를 바라보다가 문득,‘아, 내가 진짜 어른이 되었구나!’라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나온 지 서른다섯 해가 지나 부모가 되고서야 철이 들고,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내 아이를 함께 바라보고 계시는‘나의 어머니, 아버지’. 굴곡진 세월을 지나오시며 나를 바라보느라 이제 시리고 흐릿해져버린 그 눈에 다시 내 아이를 담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해하고 계십니다.

   나는 당신께서 영원히 서른여덟의 생기 가득한 모습이실 줄로만 믿었습니다. 그러나 얼굴이며 손이며 온통 주름이 가득하고, 영민함은 무뎌진 기억력 저편으로 보내버리신 지 오랩니다. 내게는 별 것도 아닌 사소한 일들이 당신에게는 마냥 복잡하기만 한 세상이 되었기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부탁하며 미안해하십니다. 세월은 이렇게 나를 견고한 부모로 만들어가고 당신을 서서히 노쇠한 부모로 만들어갑니다. 내가 부모가 아닌 자식이기만 했을 때, 당신의 모습이 내 아이의 빛에 가려지기 전에 좀 더 일찍 철이 들고 어른이 되었었더라면 좋을 것을 하는 후회가 가득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아쉽고 후회가 되면서도 여전히 당신에게 편안한 곁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나는 언제나 해야 할 일이 많고, 돌봐야 할 내 아이들에게 온 신경을 쏟으며, 이웃과 친구들에게 친절하느라 당신에게 내어줄 틈이 너무나도 작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섭섭함을 표 나지 않게 삭이시고 서른여덟 시절 생기 가득했던 당신의 그 마음을 끌어올려 날마다 내 곁에 가져다 놓고 가십니다. 나는 해마다 부활이며 성탄을 맞이하여 고백소에 들어가 늘 똑같이 불효의 죄를 고하고 가벼워진 알량한 마음으로 나와, 당신이 내 곁에 가져다 놓으신 그 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워 담았습니다.

   먼 훗날, 내가 당신과 같이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패이고, 다리가 아파 느린 걸음을 걷게 되는 날이 되면, 당신께서 힘든 육신을 이끌고 얼마나 설레는 마음으로 나에게 다가왔었는지, 얼마나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를 쓰다듬었는지, 얼마나 깊은 마음으로 나를 바라봤는지 깨달을 수 있을까요?

   흰 머리칼이 늘어나고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기 시작한 지금, 나는 여전히 철이 다 들지 못하고, 껍데기만 어른인 듯합니다. 그러니 어머니, 아버지, 당신이 나의 곁에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때로는 퉁박하고 때로는 당신을 귀찮아하는 못난 자식이지만, 당신이 곁에 계시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당신이 지켜주시니 나도 내 아이들에게 큰 소리 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잘 하겠다는 케케묵은 말 뿐인 효를 얼마나 약속드리고 또 무너뜨릴지 몰라 겁이 나기도 합니다. 허나 지나온 세월 켜켜이 쌓아놓으신 지혜와 사랑으로 부디 이 못난 자식의 빈틈들을 매워주십시오. 이제 나는 고백소에 들어가 불효의 죄를 고하는 대신, 성전에 앉아 두 손 모아 당신을 위해 온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감사하며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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