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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2019.09.29 01:06

연중 26주일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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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과 가난

   19세기 유럽이 산업혁명을 겪고 기계문명의 혜택으로 인간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유럽의 지성인들은 호언장담했다. 지금까지 그리스도교 신앙이 극복하지 못한 지구상의 가난을 이제 기술문명이 해결할 것이라고 말이다. 가난은 사라지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그렇게 예언했었다. 그러나 산업발달은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인간의 생산성 증대가 오히려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의 간격을 더욱 심화시켰다.

 

공산주의와 가난

   자본주의 경제에서 삶의 최대 가치는 돈을 버는 일이다. 물론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는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리고 그 돈을 많이 소유한 부자와 돈이 없는 빈자라는 두 계층이 생겨난다. 이러한 빈부의 격차를 해결하고자 칼 맑스는 공산주의를 주창하기에 이른다. 공산주의는 재물을 강제로 공평하게 나누어 인간 모두를 가난에서 벗어나 지상낙원을 꿈꾸었다. 이는 러시아를 비롯하여 동유럽에서 그 사상은 실험되었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 이후 7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인민은 모두 가난 안에 평등하게 살고 있다. 우리는 인간만의 힘으로 인간을 평등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았다.

 

투명인간

   손홍규 작가의 투명 인간이라는 단편 소설이 있다. 가정 안에서 아버지가 마치 투명 인간처럼 취급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투명 인간의 집합체로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가령 지하철 안에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행인에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어도 함부로 나서길 꺼린다. 정의감에 불타 나섰다가는 오히려 봉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학우들끼리 서로 투명 인간이 되어 버리고, 가정에서도 식구들끼리 투명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복음의 비유에 등장하는 거지 라자로는 부자에게 투명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그 부자는 값비싼 옷을 즐겨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그러나 정작 자기 집 대문 앞에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는 거지를 보지 못한다. 늘 그 대문을 지나치면서도 어떻게 그를 보지 못했을까? 정말 투명 인간이었을까?

 

무관심

   그렇다. ‘나와는 무관한 사람’, ‘내가 굳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 ‘괜히 도와주었다가 나에게 달라붙을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아도 보지 않은 척하며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이다. 자기의 옷 가운데 하나라도 그에게 걸쳐 주었다면, 자기의 음식 가운데 조금이라도 덜어 주었다면, 거지 라자로는 한층 더 인간답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실 때, 투명 인간으로 만들지 않으셨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투명 인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간(人間).

사실 우리도 못 본 척, 모르는 척하며 없는 사람 취급하는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쇼윈도의 자그마한 핸드백 하나는 그렇게 눈에 쏙쏙 잘 들어오는데 바로 내 옆의 가난한 자, 장애인, 노약자, 병자, 사고 당한 사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왜 안보일까? 자기 좋다고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면서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보고 고통 받는 주위사람은 왜 의식하지 못하는 걸까?

 

감사하며 쓰기

   옛날 한 마을에 구두쇠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그 집 마당에는 우물이 있어 동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물을 길었다. 구두쇠 할아버지는 그것이 늘 못마땅했다. 결국 할아버지는 많은 돈을 들여 집 주변에 높은 담을 쌓고, 사람들의 출입을 금해 버렸다. 그리고 자기 혼자만 우물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후 어떻게 되었겠는가? 얼마 안가서 우물의 물맛이 변질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러운 냄새가 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물을 퍼갈 때는 계속해서 맑은 물이 솟아올랐지만 물이 계속해서 고여 있으니까 썩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그 좋던 물이 먹을 수 없는 물이 되고 말았다.

 

    똥은 쌓아 놓으면 냄새가 나지만 뿌려지면 거름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이웃을 위해 뿌려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다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다. 물론 우리의 수고와 땀이 담겨있지만 하느님께서 이미 마련해 놓으신 것을 활용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감사하고 기쁘게 쓸 줄을 알아야 한다.

 

측은지심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의 죄악(罪惡)은 그가 돈이 많았다는 것도 아니고 거지 라자로를 멸시했거나 모욕을 주었기 때문도 아니다. 그의 죄는 단순하게도 가난한 라자로에게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라자로에게 아무런 위해도 주지 않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했던 라자로를 외면했고 그에게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베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맹자는 우물가에서 물에 빠질 위험에 처한 아이를 보면 달려가 그를 구하려는 마음을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 하였다. 이 측은지심이 메말라 버린 사회는 죽은 사회와 다름없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 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나의 눈길과 손길이 필요로 하는 곳에 관심을 갖고 자그마한 것 하나라도 나눌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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