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탄 대축일 다해

by 붉은노을 posted Dec 24, 2018 Views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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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이 밤

   1365일 매일 밤은 찾아온다. 그러나 그 밤들 가운데 가장 고요한 밤은 오늘 밤이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으로 찾아오신 밤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오베른도르프(Oberndorf) 조셉 모어(Joseph Mohr) 신부님은 오늘 이 밤을 이렇게 노래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만상이 잠든 때/홀로 양친은 깨어있고/평화 주시러 오신 아기/평안히 자고 있네/평안히 자고 있네.

 

 

눈높이 하느님

   어느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모처럼만에 서울구경을 갔다. 명동거리며 백화점을 왔다 갔다 하며 눈요기를 하고 있었다. “얘 저것 좀 봐 세상에....우리 동네에는 저거 없지?” 아이 손을 잡고 다니면서 설명을 해주는데, 이 아이는 자꾸 칭얼칭얼 대면서 엄마~~ 엄마~~ 집에 가..... 집에가!” “아이구! 이놈아! 저거 좀 봐. 우리 동네에는 저거 구경도 못하는 거야 ” “아이 싫어~~ 싫어~~ 보기 싫어!” ‘얘가 왜 이렇게 칭얼대나하다가 그 아이가 신발 끈이 풀어져 끈을 묶어주려고 엄마가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니까 세상에 이쁜 건 하나도 안보이고 뭐만 보였느냐? 지나가는 사람들 다리통만 보이더라.

   강생의 의미는 바로 이 눈높이 사랑이 아니겠는가! 예수님께서 저 높은 하늘에서 근사한 의자에 앉아가지고 , 이 이 죄 많은 인간 이놈들아 나 있는 데까지만 한번 기어 올라와 봐! 내가 끝내주게 대접해줄게.” 우리들 중에 우리 힘으로 예수님 계신 그곳에 올라갈 사람 누가 있겠는가? 예수님은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이 세상에 똑같은 눈높이로 내려오셔서 우리와 똑같이 시궁창에 빠져서 우리의 팔을 끌어안고 우리의 어깨를 끌어안고 허우적거리면서 같이 나오시려고 바로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닌가?

  예수님께서는 내려오셨다. 사랑이라는 것은 자기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서 나 있는 데까지 올라와라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내가 자식의 눈높이까지 내려와야 하듯 하느님이 몸소 피조물의 눈높이까지 내려오셨다. 이것이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다.

 

 

하늘과 땅의 입맞춤

   성탄의 참뜻은 어디에 있는가? 어떤 시인은 노래하기를 성탄을 일컬어 하늘과 땅의 입맞춤이라고 하였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그런데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느님께서 죄에 사로잡힌 인간을 구원하시려고 당신의 아들을 보내주신다는 것을!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하늘과 땅의 이 입맞춤이 인간이 애써 하늘을 향해 발끝을 곧추세워 바동거림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당신을 스스로 비우시고 낮추셔서 인간의 세계에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오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이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을까? 아마도 내 자신이 너무나 이기적이고 나 자신밖에 모르는 그런 삶을 살기에 그럴 것이다. 땅에 대한 하늘의 놀라운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전쟁터에서, 크리스마스 정전

   고요한 밤 거룩한 밤/만상이 잠든 때/홀로 양친은 깨어있고/평화 주시러 오신 아기/평안히 자고 있네/평안히 자고 있네.

이 성탄의 조용한 노래가 어느 전쟁터에서 총소리를 멎게 만들었다. 플레르뵈 전투에서 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4년 성탄절 이브 때의 일이다. 세계 1차 대전 중이었고 연합군과 독일군이 가까이 마주보며 총부리를 겨누고 있었다. 모두들 참호 속에서 추위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긴장된 밤이 깊어가는 데 갑자기 독일군 진영에서 조용히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나지막하게 울리던 노래에 병사들의 목소리가 하나 둘 더해졌다. 그리곤 전쟁터에서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마지막 소절이 끝나자 영국군 진영에서 앙코르가 터졌다. 그러면서 친구들에게 하듯 적군들에게 서로 메리 크리스마스인사를 외쳤다. 병사들은 이틀간 전쟁을 멈추고 전쟁터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운다.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던 적들이 함께 하나가 되어 눈물로 성탄절 미사를 봉헌한다. 독일 병사와 영국 병사가 비스킷과 초콜렛을 교환한다. 전쟁터의 시체를 함께 묻어주고 미니 축구 시합도 열린다.

   한 영국군 병사가 이 때의 장면을 나중에 전투 보고서에 꼼꼼하게 기록했다고 한다. 이 성탄 밤의 사건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전쟁터의 짧은 평화를 그리고 있지만 성탄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병사들은 무기를 내려놓았다. 미움과 증오를 던져버렸다. 그리고 참호를 벗어나 서로 하나가 되었다. 너와 나, 아군과 적군이라는 벽이 허물어지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였다. 비스킷과 초콜렛을 나누었다. 사랑을 나누고 기쁨을 나누었다.

 

 

   오늘은 고요한 밤이다. 오늘은 거룩한 밤이다. 오늘은 기쁜 성탄이다. 우리가 하느님이시면서 사람이 되어 오시는 강생의 신비를 통하여 평화를 가져오는 사람들이 될 수 있어야 하겠다.

 

+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위한 사랑의 기도

 

성탄의 종소리

온 누리의 축복으로 울려 퍼질 때

미움과 미움은

용서의 강물로 흐르게 하시고

마음과 마음은

기쁨의 합창으로 메아리치게 하소서

 

하늘의 은총

지상의 눈꽃으로 피어날 때

욕심과 불만은

눈처럼 하얗게, 가볍게 하시고

행복과 행복이

감사의 꽃으로 찬란하게 하소서

 

평화의 메시지

온 누리의 숭고한 빛으로 은혜로울 때

스스로 비우고 낮아지는

겸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비로소 화합으로 하나 되는 세상

사랑과 사랑으로 가슴 벅찬 희망이게 하소서                             (이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