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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2017.12.24 15:11

대림 4주일 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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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과 시간
  어느새 제대 앞 네 개의 초가 모두 밝혀졌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어느새 제대 앞 촛불이 모두 밝혀졌다. 우리의 기다림이 간절하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촛불은 모두 밝혀졌다. 대림 시기를 시작하면서 결심했던 약속들을 잘 지키지 못했음에도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나에게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정성을 다해 나의 마음 안에 모시겠다고 결심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지킨 것이 없는데, 그렇게 제대 앞 네 개의 초가 모두 밝혀졌다.
  이제 시간이 모자란다는 말로 변명을 하려 해도 말 그대로 변명일 뿐이다. 어떤 이유를 찾는다 해도 그것은 변명이고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위안을 삼으려 해도 왠지 마음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이다. 왜 그렇게도 어리석은지. 작년 이맘때 난 같은 마음이었고 다음에는 정말 준비를 잘하고 결심한 것을 꼭 지키겠다고 다짐했건만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느님의 사랑 고백(성탄)
  하느님이시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도 당신 사랑을 표현할 수 있으셨을 텐데, 왜 굳이 이렇게 비천한 인간으로 태어나셔야 했는지? 이 질문에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우리에게 “왕과 하녀”(The King and the Maid)라는 예화로 그 답을 들려준다.

  옛날 어느 왕이 비천한 곳에 사는 어떤 하녀를 깊이 사랑하였다. 신분상의 엄청난 차이에도 왕은 그 하녀와 혼인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왕이 신하들에게 어떻게 그 하녀를 아내로 맞을 수 있을지를 묻자, 신하들은 왕의 권한으로 왕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 하녀를 아내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왕은 자기가 그 하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 하녀도 자신을 사랑해 주기를 바랐다. 그 하녀를 왕국으로 데려와 아내로 삼을 때, 비록 겉으로는 왕의 아내이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왕의 비천한 하녀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런 고민 속에서 왕이 얻은 결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온전한 자유를 주려면 그와 똑같은 신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왕은 마침내 왕의 자리를 포기하고 종의 남루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궁궐을 나와 비천한 신분이 되어 하녀에게 가서 청혼을 하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한다.

  바오로 사도는 필립비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6-7)라고.
  마리아의 잉태 소식을 전하는 오늘 복음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사랑을 고백한 날이다. 그 사랑의 고백이 구체적으로 실현된 날이 우리와 똑같이 비천한 인간이 되신 성탄이다.

성모님의 순명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은총’은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은총이다. 당시의 유대관습은 혼인하지 않은 처녀가 임신하는 것을 부정한 행위로 간주하고, 그 처녀를 관습에 따라 돌로 쳐서 죽였다. 이 관습은 바로 하느님의 율법이고, 하느님의 율법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가브리엘 대천사가 전하는 ‘은총’을 은총이 아니라 오히려 천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라는 처녀는 그 ‘은총’, 아니 천벌 앞에서 탄원하거나 혼란에 빠지지 않고 그 뜻을 차분하게 묻는다. 그리고 가브리엘 대천사는 엘리사벳의 일을 예로 들면서 “하느님께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마리아에게 가르친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그러나 이 말은 우리가 결코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말이 아니다. 이 말은 자신의 죽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마리아의 비장함이 느껴지는 말이다. 마리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하느님께 자신을 완전히 열었다. 자신을 하느님께 송두리째 맡겨 드렸다. 이것이 진정한 믿음이다. 마리아의 이 믿음은 아기 예수님이 세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열린 문이 되었던 것이다. 이로써 마리아는 단순한 한 시골 처녀가 아닌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님이 되신 것이다.

  이제 우리의 응답이 필요하다. 우리의 결심과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기에 그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하며 마음을 열어 우리 마음에 구원으로 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해야 하겠다.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을 오시는 주님께 기쁜 마음으로 내어 놓을 수 있어야 하겠다.    

내 마음의 구유
  올해는 작은 구유 하나 만들어 놓고 예수님을 기다렸으면 좋겠다.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나만의 소박한 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촛불까지 밝혀 두고 기다린다면야 더 바랄 것도 없겠다. 그렇게 내 마음이 구유가 되고, 내 마음이 목동이 되고, 내 마음이 별이 되고, 내 마음이 밤하늘이 되어 성탄을 노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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