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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2019.01.19 23:36

연중 2주일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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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잔치의 정황(情況)

   오늘 복음은 물을 포도주로 변화 시킨 기적 이야기이다. 그것도 예수님이 공생활 시작에서 처음으로 보여준 기적이라고 요한복음서는 전하고 있다. ‘가나라는 작은 마을에서 혼인잔치가 있었다. 예수님은 어머니 마리아와 제자들과 함께 초대받아 갔다. 이스라엘의 결혼축제는 7일간 정도 지속되니 잔치에서 가장 중요한 포도주, 술이 떨어진 것으로 보아 결혼잔치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잔치를 베풀어야 하는 집주인으로서는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속수무책이다.

   오늘 복음의 혼인잔치 마당을 상상해 보면, 손 씻는 물독이 여섯 개나 된다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혼인잔치에 참석하여 축하해 주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이 시골 동네에 소위 정결례에 쓰이는 물독이 한집에 한개 정도씩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큰 물독이 여섯 개가 있었다니, 이웃에서 제일 큰 물독만 골라서 빌려왔을 것이다. 이 물독이 비워질 정도였으니 5~600명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예상된다. 시골 동네가 복작거린다. 동네잔치가 된 것이다.

   그런데 흥겹고 즐거운 잔치에 술이 떨어졌다. 큰일 났다. 하지만 이 낭패감, 당혹함, 안절부절못하는 잔칫집 분위기는 곧 엄청난 사건의 전주곡이다. 딱한 사정을 알아 챈 마리아는 이러한 사실을 예수님께 알리고 좋은 해결책을 기대했다. 하지만 마리아의 기대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생뚱 맞다. “아직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예수님은 어머니 마리아의 부탁인지라 거절하지 못하고 물을 술로 변화시켜, 잔치 집에 참석한 모든 이들을 기쁘게 해 주신다. 그것도 앞서 내어놓은 포도주보다 훨씬 맛있는 포도주로 말이다. 한동안 침울한 표정에 침묵이 흘렀던 잔치 집은 예수님의 깊은 배려로 다시 기쁨과 웃음이 피어나고 활기를 되찾는다.

 

 

차고 넘치는 주님의 은총

   가나의 혼인 잔치는 우리의 믿음을 돌아보게 한다. 술이 떨어진 잔칫집은 기쁨 없는신앙생활을 연상시킨다. 믿음은 기쁨을 향한 노력인데, 신앙이 즐겁지 않다면분명 잘못된 일이다.

   초기 교회의 위대한 성경학자 성 예로니모는 347년에서 420년까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1600년전 쯤의 인물이다. 예로니모 성인이 하루는 가나의 혼인잔치에 대해 강론을 하였는데, 그 강론이 끝난 후 어떤 신자가 그를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니 6~700(리터) 나 되는 포도주라! 대단한 양이로군요! 그 사람들이 그 많은 포도주를 어떻게 다 마셨을까요? 그것이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러자 예로니모 성인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400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가 그 포도주를 마시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 이와 마찬가지로, 2000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가 그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과연 하느님의 은총은 무한하시고, 차고 넘치도록 주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해야 하겠는가? 예수님과 우리 교회와의 관계를 신랑과 신부의 관계로 이해한다. 부부가 서로를 향하여 끊임없이 헌신적 사랑을 주어야 하듯 예수님과 우리 사이에 그런 사랑의 주고받음이 있어야 한다. 예수님은 매 미사 때 마다 우리에게 그 사랑을 주신다. 2000년 전 갈릴리 가나 지방에서 물을 맛있는 포도주의 기적으로 잔치를 더욱 흥겹고 신명나게 만들어 주시듯 오늘도 우리 삶을 더욱 기쁘고 즐거운 신앙생활로 이어가도록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내어주신다.

 

포도주 같은 삶

   오늘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마리아의 중재로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당신의 능력을 드러내셨다. 사실 오늘 복음에서 주 핵심은 혼인잔치가 아니다. 또 혼인잔치의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은 물을 향기 가득하고 맛있는 포도주로 변하시키시는 주님이시다.

   그리스도의 현존은 세상을 위해서 끊임없이 제공되는 맛있는 포도주와 같다. 그리스도를 모시고 사는 신앙인의 모습, 그분의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의 모습 또한 이 포도주와 같아야 한다.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변화된 포도주가 자칫 낭패감을 맛볼 수 있었던 잔칫집의 분위기를 기쁨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신명나는 삶, 희망의 삶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포도주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러나 그 역할은 하나이다. 신앙인은 맛있는 포도주와 같이 각자가 처한 삶의 자리에서 제 맛을 내는 포도주와 같이 살아야 한다. 은사는 여러 가지이고, 직분도 여러 가지요, 활동도 여러 가지지만 이 모든 것이 공동체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공동체를 살리고 신명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처지에서 각자의 능력대로 공동체를 위한 한결같은 맛을 낼 수 있는 포도주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받은 사랑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그 사랑에 적절히 보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표현이 있다. “배은망덕한 놈”. 배은망덕한 놈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신랑이신 주님의 사랑에 성실히 응답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맛있는 포도주와 같은 삶을 살 것인지 이제 각자의 선택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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