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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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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별 -신경림

 

 

나는 어려서 우리들이 하는 말이

별이 되는 꿈을 꾼 일이 있다.

들판에서 교실에서 장터거리에서

벌떼처럼 잉잉대는 우리들의 말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꿈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찬란한 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릴 때의 그 꿈이 얼마나 허황했던 가고.

아무렇게나 배앝는

쓰레기 같은 말들이 휴지조각 같은 말들이

욕심과 거짓으로 얼룩진 말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별들이 되겠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역시 그 꿈은 옳았다고.

착한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이

망설이고 겁먹고 비틀대면서 내놓는 말들이

괴로움 속에서 고통 속에서 내놓는 말들이

어찌 아름다운 별들이 안 되겠는가.

 

 

아무래도 오늘밤에는 꿈을 꿀 것 같다.

내 귀에 가슴에 마음속에

아름다운 별이 된

차고 단단한 말들만을 가득

주워 담는 꿈을.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 주님이 세상에 공적으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셨다. 이로써 주님 성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더 강조하게 된다.

 

 

동방박사들

   복음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예수님의 탄생을 알고, 별의 인도를 받아 구유의 아기 예수님을 만나 경배하고 예물을 드리고 딴 길로 돌아갔다는 내용을 전한다. 그러나 정확히 동방의 박사들이 누구이며 또 몇 명이고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라고 번역했지만 희랍어 원문은 마고이 magoi’(magos 복수)인데 그 뜻 은 마술사점성술사라고 할 수도 있다. 구약의 몇 군데에서 임금들의 방문(이사 603; 시편 6829; 시편72,10참조)이라는 표현에 영향을 받아 일부 번역에서는 박사으로 표기했다. 여기에 맞추어 옛 전례서에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삼왕래조(三王來朝)대축일이라고도 했었다.

   별을 따라 구세주를 찾아 나선다는 것은 결코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산천초목이 수려한 우리나라와 달리 뜨겁고 메마른 광야의 땅 중동 지역에서 2천 년 전 그저 별을 보며 길을 나선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목숨을 거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다. 성경도 모르고 하느님도 몰랐던 이방인들이 미지의 왕을 찾아 사막을 헤맸다는 것은 한마디로 자기 인생을 바친 각오의 실천이었다. 여행의 기간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때로는 모래폭풍에 별빛이 흐려지고, 떨어져가는 물과 식량을 보며 동방박사들은 결코 낭만과는 관계없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극심한 역경 가운데에서도 마침내 구세주를 찾아 모시게 되었고, 큰 기쁨과 영광을 선물 받았다.

 

 

두 부류의 사람들

   복음서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주님은 권력자인 헤로데, 신학자인 율법교사, 경건한 신앙인인 바리사이들, 종교적 중심이자 화려한 도시 예루살렘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셨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누추한 마구간에서 못 배운 목동들과 이스라엘 백성이 아닌 동방에서 온 지식인 박사들에게 드러내셨다.

   동방박사의 이름이 무엇인지 그들이 몇 명이었는지는 성경에 정확하게 나오지 않다. 전승된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아기 예수님은 선택받은 민족임을 자처하던 유다인들을 제치고, 하느님을 알지도 못했던 이방인들에게 먼저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셨다. 따라서 오늘의 동방박사는 바로 나 자신, 우리 자신이어야 한다.

 

 

   2019년 기해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내면서 우리 신앙인도 동방박사들처럼 하느님의 별을 따라 걸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하겠다. 비록 올 한해가 때로는 시련과 고통이라는 인생의 모래폭풍에 가려져 말씀의 별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재물의 불빛, 명예와 인기, 자기애의 화려한 불빛에 속아 엉뚱한 길에서 휘청거릴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주님의 별, 말씀의 별을 바라보며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한해가 되어야 하겠다.

  온 한해 동방에서 온 박사들처럼 주님을 찾고, 주님께 경배 드리며 주님께 값진 예물을 드리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다. 별이 되고 세상의 희망과 꿈이 되어야 하겠다.

 

 

말과 별 -신경림

 

 

나는 어려서 우리들이 하는 말이

별이 되는 꿈을 꾼 일이 있다.

들판에서 교실에서 장터거리에서

벌떼처럼 잉잉대는 우리들의 말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꿈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찬란한 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릴 때의 그 꿈이 얼마나 허황했던 가고.

아무렇게나 배앝는

쓰레기 같은 말들이 휴지조각 같은 말들이

욕심과 거짓으로 얼룩진 말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별들이 되겠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역시 그 꿈은 옳았다고.

착한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이

망설이고 겁먹고 비틀대면서 내놓는 말들이

괴로움 속에서 고통 속에서 내놓는 말들이

어찌 아름다운 별들이 안 되겠는가.

 

 

아무래도 오늘밤에는 꿈을 꿀 것 같다.

내 귀에 가슴에 마음속에

아름다운 별이 된

차고 단단한 말들만을 가득

주워 담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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