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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2018.03.10 12:59

사순 4주일 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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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비좁은 감방에 두 죄수가 갇혀있다. 감방에는 빛이라고는 전혀 없고 단지 눈높이에서 석자위에 자그마한 창문이 나있을 뿐이다. 이 두 죄수는 그 창문을 바라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 명이 창을 통해 본 것은 엄청난 비극적인 현실의 쇠창살이었다. 그는 날마다 풀이 죽고 비탄에 젖어 분통을 터트리며 절망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다른 죄수가 본 것은 그 창문너머에 있는 별이었다. 감옥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어 새 생활을 시작할 것을 생각하니 희망이 솟아났다. 같은 창문이었지만 한 사람은 쇠창살을 통해 절망을 보았고 다른 한 사람은 별을 통해 희망을 보았다. 이 차이는 두 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신앙인인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인가?  

바빌론으로부터의 귀환
  오늘 제1독서(역대 36,14-16.19-23)에서 역대기 저자는 그의 조상들이 겪었던 구원역사의 질곡 속에 담긴 하느님의 섭리와 신앙의 교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전해주고 있다. 국운이 기울고, 왕이 죽임을 당하고, 패전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빌론으로 유배를 가고, 예루살렘 성전마저 무너져 완전히 희망을 잃었을 때에 하느님 구원의 손길이 페르시아의 첫 임금 키루스를 통해 펼쳐짐을 언급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이방인 왕을 통해서도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실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바빌론 유배 중에 겪었던 시련과 고통의 체험은 오히려 이스라엘 백성이 구원자이신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구리 뱀과 구원의 십자가
  이스라엘 백성들은 노예 생활하던 이집트를 탈출하여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을 40년에 걸쳐 걸어갔다. 이 과정에서 하느님은 홍해바다의 기적, ‘만나’의 기적, 바위에서 물이 터져 나오게 한 기적 등을 통해 당신 백성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드러내셨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백성들은“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민수21,5)하며 모세에게 대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하느님께 감사하기는커녕 계속 불평만 늘어놓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불 뱀을 보내셨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고 살려달라고 간청한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구리 뱀을 만들어 높이 매달게 하고는 불 뱀에게 물린 사람마다 그 구리 뱀을 쳐다보면 모두 낳게 해주셨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과 니고데모와의 대화를 전하고 있다. 여기서 예수님은 구약의 구리 뱀 이야기를 상기시키시면서, 당신도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높이 매달려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는 구약의 백성들이 구리 뱀을 바라봄으로 구원을 얻었듯이 많은 죄인들이 십자가에 달리신 당신을 바라봄으로 구원을 얻게 될 것임을 말씀하신 것이다.

예화1-믿음과 희망
  1700년대 독일 출신이면서 영국 작곡가로 여왕의 비호를 받을 만큼 명성을 떨치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떨어져 마침내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기에 이르렀고 그 와중에 갑자기 건강까지 잃고 반신불수가 된다. 그는 병을 고치려고 했으나 빚만 잔뜩 걸머진 채 빚쟁이들에 의해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이런 참혹한 절망에서 오늘날 위대한 명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메시아’를 작곡해 다시 재기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음악의 어머니로 불리는 ‘헨델’이다. 헨델의 메시아는 이렇게 더 이상 바닥으로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고통과 시련에서 맺어진 열매이다. 헨델의 ‘메시아’는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대로 가장 고통스러운 곳에서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희망과 환희로 승화시킨 부활 노래이다. 참으로 놀라운 신앙의 힘이다.
  또 우리가 잘 아는 미국 소설가 오 헨리 이야기도 있다. 은행원이었던 그가 ‘마지막 잎새’라는 단편 소설을 쓸 때는 부정 대출 사건으로 감옥에 갇혀 있던 상태였다고 한다. 절망과 고통과 치욕의 감옥 생활 안에서 마지막 희망을 갖고 쓴 것이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라는 그 유명한 작품이다. 그렇게 쓸 수 있었던 바탕은 역시 신앙의 힘이었다. 신앙이 없었다면 절망 중에 희망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고 불후의 명작들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신앙인은 희망을 먹고 산다고들 한다. 이 사순절은 부활의 희망을 바라보며 오늘의 시련과 고통을 이겨가는 시기이다.

예화2-꿈과 희망을 먹고 사는 인생
  두 마리 생쥐의 생존 능력을 실험한 연구결과가 있다. 한 마리는 빛이 없는 곳에서 다른 한 마리는 빛이 비취는 곳에 두었다. 첫 번째 실험은 빛이 차단된 캄캄한 방안에 물이 담긴 큰 대야를 하나놓고 그 대야 속에 생쥐를 빠뜨렸다. 그러자 3분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다른 한 실험에서는 빛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한 줄기 빛을 비췄다. 그랬더니 그 쥐는 36시간이나 살아 있었다. 캄캄한 방에 둘 때 보다 700배나 오래 산다는 실험 결과이다. 이 빛이 생쥐에게도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실험보고이다.
  빛은 희망이다. 인간이야말로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누에는 뽕잎을 먹고 살고 풀벌레는 이슬을 먹고 산다. 그러면 인간은 보이는 음식만 먹고 사는가? 아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꿈과 희망을 먹고 산다. 우리 신앙인이 이 사순시기를 보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부활의 희망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련을 딛고 희망 가꾸기-진주 조개 이야기
  진주는 조개 속에 들어간 이물질에서 시작된다. 모래알처럼 아픈 이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올 때 진주는 몹시 큰 고통을 겪는다. 이 때 진주조개는 이 고통에 대하여 두 가지로 반응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이물질의 날카로움으로 인한 고통을 없애기 위해 라카라는 체액을 분비한다. 분비한 체액으로 이물질의 날카로운 부분들을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가고 감싸간다. 이때 라카를 분비하기 위해서는 조개 스스로 매우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아프디 아픈 눈물을 내어 고통의 근원을 품어내면 그 고통이 수 년 후에 아름다운 진주로 변화되는 것을 보게 된다. 조개의 두 번째 가능한 반응은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다. 고통에 대해 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게 되면 결국 이물질로 인해 조개 살에 상처가 나고 상처가 부패하여 조개는 썩어 죽게 된다. 그리고 단지 자신만이 죽을 뿐 아니라 주위에까지 악취와 부패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우리의 삶에도 쓰라리게 하고 괴롭게 하는 고통의 근원이 찾아올 때가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반응도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의 근원을 눈물의 기도로, 인내의 눈물로 감싸고 또 감싸 그 자신이 아름다운 진주를 품게 되는가 하면, 그저 가만히 체념하므로 그 고통과 함께 자멸하는 것이다.
  하나의 진주가 만들어지는데 5-10년이 걸린다고 한다. 사순절은 며칠인가? 40일이다. 40일이 지나면 부활의 진주가 만들어진다. 이 기회를 놓칠 것인가 아닌가, 이 시간을 버릴 것인가 아닌가는 우리 각자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진주조개도 진주를 품어야만 진주조개다 / 정호승

한 알의 진주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은은한 진주의 아름다움보다
진주의 고통이 먼저 느껴집니다

내 삶의 아름다움보다 내 삶의
고통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고통의 덩어리가 이토록 아름답다 해도
진주조개는 애초부터 고통을
원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내가 내 삶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듯이

진주조개 또한 그러했을지 모릅니다

‘나는 왜 고통을 진주조개처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지 못하는가.

왜 진주조개처럼 고통을 껴안고
긍정과 기쁨의 바다 속에서 살지 못하는가‘

............중략.............

저는 몸 안에 이물질이 들어왔는데도
진주를 품지 않음으로써 비참한 종말을 맞는
그런 진주조개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생존을 위해 상처와 고통에 저항하는
그럼으로써 진주를 만들어내는
그런 진주조개가 되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이물질이라는 고통의 존재가
찾아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누구의 삶에든 고통은 찾아오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을 뿐입니다

인간이라는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기 위해
지금 제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처와 고통에 대한 인내입니다

인내의 시간 없이 만들어지는
진주는 없습니다

-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마디" 중에서 -

  주님의 부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통과 시련은 따르겠지만 희망의 진주를 품어야 한다. 진주가 없는 조개는 진주조개가 아니다. 진주를 품어야 진주조개이다. 고통과 시련의 십자가를 품고 이 사순절을 보내자. 그런 신앙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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