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신부님 강론

2018.04.15 18:47

부활 3주일 나해

조회 수 23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제자들의 부족한 부활 신앙
  부활 3주일이다. 예수님이 이제 제자 공동체 앞에 부활한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신다. 앞서 안식일 다음날 이른 아침 몇 명의 여인들이 예수님이 묻힌 돌무덤을 찾아가 시신은 발견하지 못하고 천사들로부터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제자들에게 가서 알렸다.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한다. 12제자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수님과 가까이 했던 또 다른 2제자가 엠마오로 가던 중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 그래서 그들은 발길을 돌려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제자들에게 알리지만 역시 제자들은 믿지 못한다. 그들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니?
  이러고 있는데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 서시며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하고 인사하신다. 그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 부끄럽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도망을 가 다락방 문을 걸어 잠그고 처신하는 자신들의 행동 때문이었다. 닭이 울기 전 3번이나 모른다고 배신한 베드로뿐 아니라 나머지 제자들도 배신하긴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거기에다 혹시 유령은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들 앞에 서 계신 분이 예수님이 아니신가. 이에 예수님께서 “여기에 무엇이든 먹을 것이 없느냐?”하고 음식을 청하신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다. 믿지 않으려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부활을 확실히 믿게 하려는 배려이다.

부활은 그리스도 죽음의 결실
  “‘자 만져 보아라. 유령은 뼈와 살이 없지만 보다시피 나에게는 있지 않느냐?’ 하시며 당신의 손과 발을 보여 주셨다.”(40절) 곧 이 곳에서 제자들이 유령을 보는 줄 알았다고 하는 ‘유령’은 희랍어로 πνεῦμα(프뉴마)로서 정신 또는 영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처럼 루가 복음 사가는 여러 철학 이론에 따라 죽은 뒤에는 영혼이 육체와 분리되어 살아남는다고 들어 왔던 희랍 문명권의 그리스도 신자들에게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육체가 없는 불사불멸하는 영혼만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하기에 루가는 자기 독자들과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죽임을 당하셨던 바로 그 몸으로 지금 살아 계시기 때문에 참으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당신의 손과 발을 보여 주시고 또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시는 것은 단순히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의 실재성을 보여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바로 그 몸이 사도들이 십자가상에서 보았던 고통을 당하신 예수님의 몸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처럼 루가 복음 사가는 이러한 것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파스카 이전의 그리스도와 파스카 때의 그리스도의 신원이 동일함을 확증시키고 있는 것이며, 십자가를 거쳐 부활에 이르는 구원 사건을 하나의 동일한 사건으로 이어 주는 연속성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곧 부활은 그리스도의 죽음의 결실과도 같은 것이다.

부활에 대한 단서들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기정사실화하고 산다. 그렇다면 주님의 부활을 증명할만한 단서는 무엇인가? 첫째, 빈 무덤. 주님의 부활을 증명할 단서인가? 제자들이 스승의 시신을 훔쳐가 놓고 부활했다고 할 수도 있다. 둘째 여인들의 증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여인들의 증언은 법적 효력이 없었다. 셋째,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과 다른 제자들의 증언. 이것 역시 서로 시나리오를 짜 놓았다면 어쩌겠는가. 제자들은 한 통속이니 서로 짝 놓은 각본일 수도 있다.
  
제자들의 행동 변화
  복음은 다락방 문을 닫아걸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제자들의 모습을 계속 전하고 있다. 또한 제자 공동체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결론 없는 서로의 주장만이 분분하다. 그런 다툼이었기에 부활하신 예수님의 제자들을 향한 인사말이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다.
  반면 오늘 독서의 사도행전에서 베드로의 설교는 너무나 당당한 모습이다. 오순절 설교라고도 하는 베드로의 설교로 그 자리에서 세례를 받은 사람이 5천명이라니. 그들이 베드로의 설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베드로는 그들 돌팔매질의 대상이 되고 죽음의 길을 자초해야 했다.
  복음에서 보여주는 제자들의 모습과 사도행전에서 보여주는 제자들이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면 말인가? 처음 제자들이 보여주는 부활에 대한 불확실한 믿음이 죽음을 각오한 확신으로의 변화, 제자들의 행동 변화에는 부활에 대한 체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예화
  덴마크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글 중에 이런 내용의 글이 있다. “지중에 연안에 서식하고 있는 들오리떼가 있다. 그들은 겨울을 보내고 지중해에서 북쪽 노르웨이로 이동 중이었다. 저 아래 집 뜰에 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모이를 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멀리 여행하며 고생하는 들오리들에게는 부럽게 보였고 참다못한 들오리 한 마리가 대열을 빠져나와 땅에 내려앉았다. 집오리들에게 후한 대접을 받고 며칠 후 다시 여행을 계속하려 했지만 그 동안 몸에 기름기도 끼고 무거워져 날 수가 없었다. 몇 달 후 들오리들이 겨울을 보내기 위해 다시 지중해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함께 합세하려 했으나 이제 더 날 수가 없었다. 괴롭고 눈물도 흘렸지만 그것도 몇 번, 나중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 집오리로 타락하고 말았다고 한다.”  

  흔히 인생은 기나 긴 여행을 떠나는 나그네 길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 신앙인 역시 저 영원한 세계, 곧 하느님 나라를 향해 떠나는 순례 길에 있다. 그러기에 힘겨운 순례의 여정에서 벗어나 잠시 현실의 편안함에 머무르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한다.

삶의 가치와 의미
    유다인 출신의 심리학자 빅트 프랭클은 제2차 세계 대전 때에 나치에게 끌려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된다. 그는 수용소에서 짐승 취급을 받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여러 번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를 만나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으며 이는 그가 숱한 모욕과 고통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었다.
  그렇게 살아남은 프랭클은 전쟁이 끝난 다음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쓴다. 그는 책에서 오늘날 가장 무서운 것은 삶의 가치를 잃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삶의 가치를 잃은 사람, 곧 실존적 공허에 빠진 사람은 돈이나 권력, 또는 쾌락으로 공허함을 채우려 한다. 그러나 삶의 가치와 의미를 분명히 아는 사람은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다.

증인의 삶
  예수님의 죽음으로 낙담하고 절망한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서 다시 삶의 의미를 찾는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제 당신의 증인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증인이 된다는 것은 박해와 죽음에 용감히 맞선다는 뜻이다. 주님의 부활에 대한 확신으로 영원한 생명의 길을 걸었던 제자들처럼 우리도 부활의 확신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다.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하겠다. 안락한 집오리의 삶을 버리고 고단하지만 가야 할 길에 대한 확신으로 들오리떼의 무리처럼 목적지를 향해 날개짓하며 나아가야 하겠다.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 부활 5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4.29 234
47 부활 4주간 목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4.26 90
46 부활 4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4.22 114
45 부활 제3주간 금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4.21 117
» 부활 3주일 나해 제자들의 부족한 부활 신앙 부활 3주일이다. 예수님이 이제 제자 공동체 앞에 부활한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신다. 앞서 안식일 다음날 이른 아침 몇 명의 여인들이... file 붉은 노을 2018.04.15 233
43 부활 2주간 화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4.13 170
42 부활 2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4.07 140
41 부활 8일 축제 내 금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4.05 123
40 예수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4.01 305
39 성주간 금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3.30 169
38 성주간 화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3.29 101
37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3.25 202
36 사순 5주간 목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3.23 96
35 사순 5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3.17 236
34 사순 4주간 금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3.15 136
33 사순 4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3.10 239
32 사순 3주간 금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3.09 121
31 사순 3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3.03 237
30 사순 2주간 목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3.01 109
29 사순 2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2.24 33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미사시간
요일 오전 오후 저녁
06:30    
 10:00   19:30
10:00    19:30
10:00   19:30
10:00   19:30 
10:00 16:00
(초등부)
18:30
(중고등부)
주일 06:30
09:00

10:30
(교중미사)
  19:30
(청년부)

예비신자 교리반 안내
구 분 요 일 시 간 세례예정일
주일반 09:30 주님 성탄 대축일
(12/25)
목요일반 저녁미사후 주님 성탄 대축일
(12/25)

  미사 시간은
변경될 수 있으니
주보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51386) 창원시 의창구 우곡로 177(명서동 104번지)
TEL : 055-238-7118 / FAX : 055-238-7115

Copyright 2018 By 명서동성당 ALL Rights Reserved.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