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신부님 강론

2018.03.30 11:52

성주간 금요일

조회 수 16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없애 버리시오, 없애 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형. 이는 로마제국이 자국민이 아니라 식민지 국가의 백성들 중 반란자들에게 내리는 아주 치욕스러운 사형제도였다. 초대교회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자가는 초세기 교회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십자가를 발견할 수 없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이 나라, 하늘 아래, 오지 탄광촌 벽지에서 서울 도심의 호사스런 번화가에 이르기까지 십자가는 그 어느 상표보다 더 많이 자랑스럽게 걸려있다. 초라한 나무막대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온갖 색색의 네온사인에 이르기까지 십자가를 만들어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도록 높이 쳐들려 있다.

“없애 버리시오, 없애 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한때 예수님이 공생활 기간 중에 병을 치유 받았든, 가르침을 받았든, 그렇게 많은 은혜를 받고 따랐던 사람들이 이제 예수님 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제자들마저도 스승이 사형선고를 받았으니 혹 자신들도 봉변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베드로는 스승을 모른다고 3번이나 부인한다. 이제 예수님 곁에는 아무도 함께 하지 않는다. 철저히 홀로 서 계시는 예수님, 그렇다고 빌라도 앞에서 그 어떤 항변도 늘어놓지 않으신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신다.

“없애 버리시오, 없애 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모든 종교가 그렇고, 그 종교를 창설한 사람이 모두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구원이 마치 이쪽에서 저쪽으로 강을 건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것이 불교이든, 그리스도교이든, 공자의 가르침이든, 혹은 자신의 신념이든 어찌되었던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 강을 건너기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나 그 모든 구원의 방법을 제시하는 자들의 죽음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모세도 석가도 공자도 마호멧도 모두 장수를 누렸다. 때로는 시련도 있었지만 결국에 가서는 성공을 거두고 제자와 지지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었다.

  모세는 전승에 따르면 약속된 땅을 눈앞에 두고 자기 백성 가운데 120세를 일기로 눈도 흐려지지 않고 정력도 쇠진하지 않은 채 죽었다. 석가는 유랑 전도를 하면서 수많은 남녀 수도승과 일반 신도를 모은 다음 80세에 평화로이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입적했다. 공자는 주로 귀족 출신의 제자들을 두었다. 자신의 업적과 가르침, 사상을 후대에 전할 능력을 갖춘 제자들을 양성하였다. 그리고 늙어 마침내 자신이 한때 재상 노릇을 한 조국 노나라로 귀환하였다. 마호멧은 아라비아의 정치적 권력자로서 만년을 즐기다가 ‘하렘’에서 붕어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이 한 사람, 활동 기간이라야 짧은 3년, 30세의 젊은 나이에, 사회적 배척과 제자와 지지자들의 배신과 부인, 수많은 사람들의 조롱과 조소를 받고, 사람들과 하느님의 버림을 받은 채 인간의 잔인성이 만들어 낸 십자가 형틀에 제물이 되었다. 우리는 그를 나자렛 출신의 예수라고 부른다.

“없애버리시오, 없애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못 박아 죽이시오!”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뿔뿔이 흩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스승은 죽었지만 떠나갔던 제자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예수 시대에 로마 제국에 대항했거나 사회적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이 십자가형이라는 사형을 받은 사람은 수천, 수만 명에 달했다. 나자렛 예수도 그런 부류였다, 그런데 그를 따랐던 제자들이 다시 돌아왔다. 왜 그랬을까? 나자렛 예수야 말로 스스로 죽음의 길을 통해서 죽음의 신비와 구원의 열쇠를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모세도, 석가도, 공자도 마호멧도 죽음을 이야기 하고 구원을 이야기 했을지 몰라도 자신의 몸을 십자가의 죽음 위에 내던지면서까지 몸으로 그 해답을 열어준 사람은 나자렛 예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자들은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스승의 삶을 따라 죽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베드로는 로마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었다. 마티아 사도는 이디오피아에서 돌에 맞아 죽었다. 예수님을 떠났던 제자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스승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

“없애버리시오, 없애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못 박아 죽이시오!”
  우리 가정에 걸려있는 예수님의 십자가는 자랑이 아니다. 그것은 죄인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의 형벌인 사형이었다. 아무 죄도 없으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까지 그저 침묵으로 일관한 우리의 비겁함이요 우리 자신의 죄가 얼마나 무겁고 큰지를 드러내는 수치요 부끄러움이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거룩함이 아니다. 그것은 2000년 전 예루살렘에서 ‘없애버리시오, 죽이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못 박아 죽이시오!’하고 외쳤던 군중들의 함성처럼 우리의 이기심과 독선, 편리와 안일, 탐욕과 위선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제 우리도 돌아와야 한다. 떠났던 제자들이 돌아왔듯이 이제 우리도 그분 곁으로 모여와야 한다. 그리고 차디찬 우리 자신의 돌무덤을 활짝 열어 제치고 예수님이 부활의 영광에 오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성 금요일의 기도
                                     이 해인
오늘은 가장 깊고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게 해 주소서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당신을 떠나보내야 했던
마리아의 비통한 가슴에 꽂힌
한 자루의 어둠으로 흐느끼게 하소서

배신의 죄를 슬피 울던
베드로의 절절한 통곡처럼
나도 당신 앞에
겸허한 어둠으로 엎드리게 하소서

죽음의 쓴잔을 마셔
죽음보다 강해진 사랑의 주인이여

당신을 닮지 않고는
내가 감히 사랑한다고
뽐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을 사랑했기에
더 깊이 절망했던 이들과 함께
오늘은 돌무덤에 갇힌
한 점 칙칙한 어둠이게 하소서

빛이신 당신과 함께 잠들어
당신과 함께 깨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이게 하소서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 부활 5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4.29 234
47 부활 4주간 목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4.26 90
46 부활 4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4.22 114
45 부활 제3주간 금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4.21 117
44 부활 3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4.15 233
43 부활 2주간 화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4.13 170
42 부활 2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4.07 140
41 부활 8일 축제 내 금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4.05 123
40 예수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4.01 305
» 성주간 금요일 “없애 버리시오, 없애 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형. 이는 로마제국이 자국민이 아니라 식민지 국가의 백성들 중 반란자들에게 내리는 아주 ... file 붉은 노을 2018.03.30 169
38 성주간 화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3.29 101
37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3.25 202
36 사순 5주간 목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3.23 96
35 사순 5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3.17 236
34 사순 4주간 금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3.15 136
33 사순 4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3.10 239
32 사순 3주간 금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3.09 121
31 사순 3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3.03 237
30 사순 2주간 목요일 file 붉은 노을 2018.03.01 109
29 사순 2주일 나해 file 붉은 노을 2018.02.24 33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미사시간
요일 오전 오후 저녁
06:30    
 10:00   19:30
10:00    19:30
10:00   19:30
10:00   19:30 
10:00 16:00
(초등부)
18:30
(중고등부)
주일 06:30
09:00

10:30
(교중미사)
  19:30
(청년부)

예비신자 교리반 안내
구 분 요 일 시 간 세례예정일
주일반 09:30 주님 성탄 대축일
(12/25)
목요일반 저녁미사후 주님 성탄 대축일
(12/25)

  미사 시간은
변경될 수 있으니
주보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51386) 창원시 의창구 우곡로 177(명서동 104번지)
TEL : 055-238-7118 / FAX : 055-238-7115

Copyright 2018 By 명서동성당 ALL Rights Reserved.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